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종이를 보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흰 종이를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로 보는 것이다. 새하얀 종이 위에 처음으로 흔적을 남겨야 한다는 것은 정말 두려운 일이다. (중략)
또 다른 방식은 하얀 종이를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기회'로 보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당신은 그 종이 위에 처음으로 흔적을 남기게 된다. 이것의 의미는 굉장히 크다. 그 종이를 통해 당신은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이다.
- 월트 디즈니 이매지니어 일동, < 파란 코끼리를 꿈꾸라 > 중에서 -
월트 디즈니사에는 이매지니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매지니어(Imagineer)는 '상상하다'(Imagine)과 '기술자'(Engineer)들의 합성어로서, 새로운 테마파크의 창조 및 개발을 담당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책의 구성은 많은 이매지니어들의 글들을 묶어놓은 형식입니다. 그리고 위에 제가 발췌한 내용은 월트 디즈니사의 부회장 겸 창조적 담당 이사인 마티 스클라(Marty Sklar)의 말입니다.(이 책이 편찬된 것이 2005년이니 지금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종이'라는 표현은 상당히 자주 인용되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이만큼 상상력에 대해서 잘 표현하는 말도 드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들을 '종이'에 비유해 보자면, 우리는 대부분 이미 무언가 적혀있는 종이를 받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미 그려놓은 일종의 밑그림이지요. 이 밑그림에서 그림을 시작하면 별로 힘들이지 않고 그림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하다못해,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그대로 따라 그리기만 해도 그림은 완성됩니다.
가끔씩 누군가 그 밑그림을 무시하고 처음부터 다시 그리고자 낑낑대고 있으면 사람들은 바보같다고도 이야기합니다. 그냥 밑그림 보고 그리면 참 편한데 괜한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말이죠. 그 시간에 다른 그림을 더 많이 그릴 수 있을텐데 안되는 일 하나 가지고 계속 고생한다고 생각하기도 하지요.
물론, 기존의 밑그림을 무시하고, 아무것도 없는 종이에 첫 점을 하나 찍는 것은 매우 두려운 일입니다. 내가 최초로 찍는 점 하나가, 최초로 긋는 선 하나가 그림 전체를 좌우하게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세상에는 새로운 밑그림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밑그림이 없으면, 세상 사람들이 계속 기존의 밑그림을 바탕으로만 그림을 그리면, 세상의 그림들은 다 그 나물에 그 밥이고, 모든 그림들이 One of them일 뿐이고, 새로운 것 하나 없는 재미없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종이'는 무조건 기회입니다. 그리고, '무언가 적혀 있는 종이'를 받으셨다면, 내가 새로 구입해서라도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종이'를 구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겁니다. 창의적인 사람,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 창조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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